생산성 있는 메모의 작성, 제텔카스텐_1
들어가면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모으고 수집하는 것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그 버릇은 학창시절로 이어져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데요. 초창기에는 그저 글의 링크를 즐겨찾기 하는 데 바빴고, 점점 발전해 에버노트를 거쳐 현재는 노션에 정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카테고리를 나누고 싶어하는 버릇 때문에 대분류 안에 어떤 소분류들을 만들어놓았는지 조차 잊기 일쑤였고 데이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점점 더 체계가 엉망이 되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양질의 정보를 모아놓아도 후에 사용하려고 보면 찾을 수가 없어서 웹서핑을 다시 하기도 하고, 이후에는 그냥 귀찮아서 다음에 다시 검색해야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죠… 한 번씩 마음 먹고 정리하려 해도, 마치 방청소를 할 때 처럼 과거에 재밌게 읽었던 정보들을 발견해 읽다보면 하루가 다 가고.. 뒤를 돌아보면 정리해야할 것은 산더미.. 거진 1n년을 방치한 결과였습니다. 정리를 시도할 때마다 최근 서치했던 것보다 양질의 정보를 발견하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말 마음먹고 정리를 시작하던 도중 제텔카스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떤 유용한 정보를 발견해 메모한 뒤 재사용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전체 메모 중 유용하게 재사용되는 메모는 몇 %를 차지하시나요? 이 질문에 낮은 퍼센테이지로 답하신 분들은 이 글을 읽어보실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제텔카스텐
우선 쉽게 말하면, 제텔카스텐이란 연결하는 기록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유용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정보를 찾으면 메모를 하지만, 대부분은 미래에 쓰이는 일 없이 노트 앱 저편에 잠들게 됩니다. 심지어 이러한 내용의 메모를 했다 라는 사실 조차 까먹기 일쑤입니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나온 기록법이 바로 제텔카스텐입니다.
독일어로 제텔(zettel)이란 노트, 카스텐(kasten)이란 나무 상자를 의미합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벌써 어느 정도 제텔카스텐의 메커니즘을 파악하셨을 것 같은데요, 꽤나 단순한 의미를 가진 이 기록법은 독일의 니콜라스 리만 교수가 발명한 기록법입니다. 그는 가치있는 정보를 만나면 노트에 기록하고, 인덱스를 만들고, 정보를 요약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여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인덱스에 따라 각 박스에 넣어 오프라인으로 메모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보관했습니다.
이렇게 노트를 연결지어 사용하면 그 주제에 대한 모든 노트들을 가져와 탐구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도 쉽고, 또 자신만의 언어로 정리하는 과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내가 왜 이 정보를 정리했지?하며 고민하거나 메모한 사실 자체를 잊는다거나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리만 박사는 이 기록법으로 연구비 사용 없이 일 년에 약 3권의 저서, 130여개의 논문을 작성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박사 학위까지도 이 기록법을 이용하여 1년만에 마쳤다고 하네요. 그는 이 인덱스 박스들이 자신보다 똑똑하다며, 제 2의 뇌라고 소개했습니다. 그의 사후에도 6권의 책이 더 발간되었는데, 그 이유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속도를 글쓰는 속도가 따라잡아내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실제 모교에 보관중인 리만 박사의 제텔카스텐(slip-box)입니다.
기록 방법
지금부터는 제텔카스텐의 적용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1. 메모 작성
기록하고자 하는 메모를 작성합니다. 스스로 떠올린 아이디어가 아닌 출처가 있는 글의 기록일 경우 반드시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함께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2. 연결
인덱스에 따라 일련번호를 정하고, 이 메모와 연결될 수 있는 다른 노트들을 생각하여 적어둡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굉장히 쉬워보이지만, 실제로 적용해보면 생각보다 고려해야할 것이 많습니다. 어떤 노트와 연결지어야 할 지를 고민하려면 우선 이전의 노트들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이 머릿속에 파악되어 있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직접 적용해보기 위해 서치한 결과, 이러한 제텔카스텐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일단 해놓고 나면 신세계라고들 합니다.
사용 가능 툴
리만 박사는 오프라인으로 제텔카스텐을 적용했지만, 그러려면 항상 종이와 펜을 지녀야하며 슬립박스까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온라인으로 언제 어디서나 메모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텔카스텐 방법을 적용하며 사용 가능한 툴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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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
아마 대부분의 분들에게 사용이 쉬운 가장 익숙한 옵션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제텔카스텐은 메모끼리의 연결을 할 때 자유성이 보장되어야하는데, 정해져있는 데이터베이스의 템플릿때문에 제한되어 구현됩니다. 따라서 형식상의 문제 때문에 메모를 타고 가면서 생각의 확장이 방해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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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언
제텔카스텐에 최적화된 어플리케이션 중 하나로, 무료로 사용 가능합니다(유료 옵션도 존재합니다만, 무료 옵션으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클라우드가 아닌 로컬에 저장된다는 점,(사용하시는 분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제텔카스텐 특성 상 연결관계가 한 눈에 보여야 유용한데 새 창에서 열리면서 가독성이 약간 떨어진다는 점, 모바일 앱이 없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옵시디언 측에서 모바일 앱은 곧 출시된다고 하니 기다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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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 리서치
현재 유저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어 가장 활용성이 좋다고 평가받는 어플리케이션입니다. UI/UX도 옵시디언보다 친절하고, 기능도 제텔카스텐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모바일 앱도 사용 가능합니다. 다만 달에 $15 정도의 이용료가 있습니다. 확실히 저렴한 가격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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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
한 때 노트앱계를 주름잡았던 메모 어플입니다. 현재 대체재들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사용자가 많이 빠져나갔지만, 그래도 여전히 명실상부한 툴입니다. 사실 에버노트는 저도 손 뗀 지 오래라 자세히 보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 제텔카스텐 기록법을 구현하기에 나쁘지 않아보입니다. 에버노트에 익숙하고,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기가 막막하신 분들은 인터넷에 에버노트를 사용한 제텔카스텐 적용법이 많이 나와있으니 서치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많은 앱들 중에서 제가 결정한 것은 노션과 옵시디언입니다. 우선 노션을 택한 이유는, 지금까지의 메모들이 전부 저장되어있기도 하고 아직은 가장 익숙한 툴이기 때문에 제텔카스텐 기록법을 입문하는 데 괜찮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옵시디언도 같이 택한 것은, 확실히 노션은 이 기록법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보입니다. 이 기록법에 능수능란해진다면 노션은 많이 아쉬울 것 같습니다. 더불어 노션 사용시에도 모바일로 작성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앱이 없다는 단점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노션은 노션대로, 옵시디언은 옵시디언대로 구축해보며 더 맞는 방법을 찾아나갈 예정입니다. 제텔카스텐을 전부 체화한 이후에 옵시디언의 단점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 때 롬 리서치 유료 결제를 고민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이번 글은 제텔카스텐에 대한 대략적 소개와 방법 설명이었습니다. 다음 글은 제가 직접 노션과 옵시디언에 제텔카스텐을 적용해보면서 알게 된 점들, 팁 등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더 빠르게 접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국내에 잘 번역된 책이 있습니다. 아래 도서 링크를 첨부해두겠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제텔카스텐에 대해 어떻게 정보를 얻어야 할 지 막막했는데, 몇몇 분들이 써주신 글을 읽고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문 링크 또한 아래에 첨부해두겠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께서도 제텔카스텐을 적용하여 새로운 인사이트를 마구 얻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도서 링크
http://www.yes24.com/Product/Goods/99475214
- 참고 글
https://brunch.co.kr/@kys4620/104
https://blog.naver.com/dilrong/222250233227
https://tkim.co/2020/09/15/zettelkasten/